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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낭만. 어른이 된 슬픈 이야기.부업왕의 철학 2024. 11. 28. 23:07
오늘은 눈이 왔습니다.
펑펑 하늘에서 눈이 참 많이도 내리더군요.
저는 본래 눈을 보면서 눈멍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낭만이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미국에 잠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집 앞에 호수가 있었고,
제가 살던 타운하우스 2층에서 자그마한 창문 밖을 내다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그 호수의 풍경이 보였습니다.
눈이 많이 내릴 때면 저는 그 창문 앞에 앉아,
2시간이 넘도록 하염없이 눈멍을 때릴 정도로,
저는 눈을 참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눈이 오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좋았죠.
아니나 다를까,
동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수북히 쌓인 첫눈을 보면서
강아지마냥 너무 좋아하며 방방 뛰었습니다.
근데 저도 그새 어른이 된 걸까요?
눈이 내리니 좋기 보단 걱정이 앞섭니다.
차가 미끄러울 텐데,
차가 많이 막힐텐데,
미끄러지면 넘어질텐데,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언덕이라 내려가기 힘들텐데,
등하교가 많이 어려울텐데,
길이 막힐텐데 등등.
예전에 눈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하던 그 순수한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그저 걱정만 들고,
눈이 번거로운 장애물로 변해버리고 말았네요.
왜 이렇게 된걸까요?
자연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만끽하고,
아름다움에 빠져,
그 안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마음에 여유는 사라지고,
그저 해결해야할 문젯거리가 생긴마냥
계속 근심만 가득해지는 자신을 보면서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학창시절의
아무것도 아닌데
눈이 내리면 설레고,
기뻤던 그 순진했던 순간이 그립기도 했네요.
어른이 된 지금,
다시금 그런 동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언덕이 아닌
그래서 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평지의 집에 산다면
이런 걱정이 좀 사그라들 수 있을까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내리는 눈을 다시 아름답게 보면서
자연의 순수함을 느끼고,
나뭇가지에 수북히 쌓인 눈을 보면서
예전처럼 웅장해진 가슴을 보다듬으며 눈멍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눈은 저에게 낭만이 아닌,
거친 장애물과 해결해야 할 문제,
짊어져야 할 짐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눈이 싫습니다.
이렇듯 눈을 번거로운 문젯거리로 전락시켜버린
제 자신도 참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눈이 왔다고,
수북히 쌓였다고,
눈사람을 만들 수 있다고,
눈싸움도 하자며,
방방 뛰면서 기뻐할 때,
저는 차갑고 냉정하게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 하루가 또 피곤하겠군 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눈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제 자신이 한편으로는 참 슬프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5년전에는 눈이 오면 잠시나마
기뻐하며,
아이들에게 눈을 소개하고,
눈사람도 같이 만들고,
눈싸움도 해주면서 기뻐했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아니 불과 2년전만 해도 그런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한살, 두살 더 먹어갈수록
점점 더 감정이 메말라 가네요.
어찌보면 굉장히 경계해야할 증상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걸까요?
어른이란 슬프고 고독해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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