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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트병 뚜껑만한 그릇. 작은 그릇으로 살아가기
    부업왕은 누구인가, 부업왕의 관하여 2024. 12. 17. 12:52

    어제 아내와 저녁에 와인 한잔을 하다가 그릇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의 그릇이 플라스틱 뚜껑(패트병의 뚜껑) 만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싸우다 나온 이야기도 아니고 서로 헐뜯거나 비난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저도 인정한다면서 웃어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릇의 크기라는 게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릇이 작은데 욕심을 부리면 물이 콸콸 넘친다는 어느 지인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제 주재를 파악하지 못하면 큰코 다친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도 지금 무리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사람은 왜 그릇이 커야 하는 걸까요?

    다다익선이라고,

    크면 클수록 좋은 걸까요?

     

    보통 큰 그릇의 사람은 굉장히 쿨해 보이는 면이 있고,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예전에는 작게 태어난 저의 태생적인 그릇의 크기를

    노력을 통해서 크게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최근까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노력해오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래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마디로 그릇을 키우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아마도 크게 실패를 얻어 맞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어서, 엄청난 현실주의자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투자를 잘해서 근시일 내에 20~30억 정도를 벌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자 했었으니까요.

     

    저는 생각의 힘을 믿습니다. 특히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힘을 믿고,

    자존감, 자신감 같은 것들이 저의 모습을 결정짓게 된다고 생각하지요.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고 믿습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노력하는대로 미래가 형성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목표가 크고 꿈이 커야 그에 걸맞게 끊임없이 더 노력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어족이 되어서 빠르게 은퇴하고,

    재정적인 힘을 가진 젊은 부자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미래를 저는 이제 더 이상 꿈꾸지 않습니다.

     

    현실의 높은 벽을 체험하고,

    모든 욕심으로부터 초월하여

    대부분의 것을 내려놓고 살려고 하는 슬픈 패배자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결코 멋있어 보이지 않는 일이지만,

    저는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안빈낙도 하면서,

    꾸준히 오랜기간을 살아가고자 마음을 먹으니,

    그릇을 키울 이유도 없고,

    무언가를 쫓아 더 발버둥치듯 노력하지 않아도 돼서 참 좋습니다.

     

    그릇은 키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혹시라도 사업을 하게 되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품어야 하니,

    그릇이 크고, 베풀 줄 아는 소문난 호인이 되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다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세력을 일으키고,

    이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는 기념비적인 출사표를 던지는 일도 모두 안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냥 최대한 세상이 허락할 때까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꾸준히 쭉 살아가는 것이

    지금 저에게는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일입니다.

     

    일전에도 누누이 말씀드렸듯,

    제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없는 대외변인적인 일의 발생에 대해서는

    저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믿고 있으니,

    혹시라도 제가 지금 영위하는 이 삶(직장, 가정, 금전상태 등)에 예기치 않은 변화가 불가항력적으로 찾아온다면

    그때는 또 다른 자세로,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또 적응해 나가야겠지요.

     

    어제 잠깐 생각했듯,

    실내 동물원을 운영하며 동물 분양을 업으로 삼거나,

    아침 식사를 파는 샌드위치, 국밥류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직접 배달을 다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은 그야말로 제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강압적인 변화가 있을 때에만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일이 제 의지와는 상관 없이 벌어지기 전까지

    저는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지키기만 하면서 살아갈 생각입니다.

     

    그릇은 이제 억지로 키우지 않겠습니다.

    바라보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큰 그릇이 담을 것들이 없어져버리고 나니

    그릇도 점점 작아지고,

    그만큼 어깨도 가벼워 진 느낌입니다.

     

    그릇보다 많은 양을 담으면 넘쳐흐르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마니,

    작은 그릇의 분에 넘치는 양을 담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만큼만

    행하고, 기본만 지키면서 (건강이랑 제가 가진 것만 지키기)

    그렇게 새로 작은 그릇의 사람으로 살아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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